쥐꼬리만한 월급 등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단박에 해결 될 것이란 상상도 빠지지 않는다. 당첨금이 30억원 정도면 서울에 내 집 마련까지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로또 구매 금액은 점점 더 커진다.
돌아온 월요일 아침, 김 대리가 출근을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퇴근 때 보인 활력은 온데 간데 없다. 어쩐지 불안해보이고, 초조해하고, 허탈감에 빠져 보인다. 일은 하는둥 마는둥이다. 오전 내내 로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만 들락날락거린다. "이번엔 어떤 숫자를 찍어볼까? 인생은 한방이랬어"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로또 발행액은 올해 5조4567억원으로 작년보다 7.3% 늘어난다.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복권)은 올해보다 14% 급증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연금복권(결합복권)은 올해와 동일하게 5200억원어치를 내놓는다.
이미 젊은 층에서는 코인 뿐 아니라 로또 등 복권 구매자들이 늘며 복권과몰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비용은 2019년 대비 2021년 3배 이상 쑥 늘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그게 바로 '복권과몰입'이다.
복권과몰입 진행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우선 경제적 어려움을 복권 당첨금 한탕으로 해결되는 상상을 한다. 당첨에 대한 환상에 빠지며, 이 때 얼마라도 구매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에 당첨이 되면 환상에 더욱 크게 사로잡히게 된다.
복권과몰입 2단계에서는 한꺼번에 많이 복권을 사면 당첨 확률 역시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그래서 복권 구매수량을 더 늘려나가는 식이다. 그러다 낙첨이 계속되다보면 가정 및 직장생활에 소홀해지게 된다.
복권과몰입 3단계의 경우 복권 분석에 투자하는 시간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로또 번호 분석 등을 해 준다며 관련 정보 제공을 댓가로 돈을 받는 유료 사이트 여러 곳에 가입을 하는 것이다.
복권과몰입 4단계는 결국 계속된 낙첨으로 인해 절망감에 빠지는 것은 물론 가정파탄이나 자살 및 살해 시도 마저 나타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숫자만 보면 나도 모르게 6자리 번호 조합을 한다거나 외출시 복권을 분석할 장소부터 물색한다면 복권과몰입 증상을 의심해볼 만하다"며 "로또를 샀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 역시 복권과몰입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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