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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 출근 안하면 1등 된 줄 알아" 입에 달고 사는 김 대리, 로또 중독 의심된다는데

방영덕 기자
입력 : 
2022-01-31 11:57:44
수정 : 
2022-01-31 12: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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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끝나고 출근 안하면, 나 된 줄 알아!!" 김 대리가 외친다. 매주 금요일 퇴근할 무렵이면 직장 동료들에게 늘 말하는 그의 래퍼토리다. '된 줄 알아'란 문장에서 빠진 말은 다름 아닌 '로또 1등'. 무려 '814만분의 1'이란 확률을 뚫어야 하는 로또 1등에 김 대리는 이미 당첨된 듯한 환상에 빠져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 등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단박에 해결 될 것이란 상상도 빠지지 않는다. 당첨금이 30억원 정도면 서울에 내 집 마련까지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로또 구매 금액은 점점 더 커진다.

돌아온 월요일 아침, 김 대리가 출근을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퇴근 때 보인 활력은 온데 간데 없다. 어쩐지 불안해보이고, 초조해하고, 허탈감에 빠져 보인다. 일은 하는둥 마는둥이다. 오전 내내 로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만 들락날락거린다. "이번엔 어떤 숫자를 찍어볼까? 인생은 한방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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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행복권]
로또 중독, 이른바 '복권과몰입' 증세에 빠진 사람의 모습이다. 흔히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중독되기 쉬운 게 바로 로또다. '코로나 불황'이 지속되면서 로또 열풍 역시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복권 발행 금액은 6조651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1% 늘었다.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로또 발행액은 올해 5조4567억원으로 작년보다 7.3% 늘어난다.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복권)은 올해보다 14% 급증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연금복권(결합복권)은 올해와 동일하게 5200억원어치를 내놓는다.

이미 젊은 층에서는 코인 뿐 아니라 로또 등 복권 구매자들이 늘며 복권과몰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비용은 2019년 대비 2021년 3배 이상 쑥 늘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그게 바로 '복권과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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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로또 판매점 근처에서부터 로또를 사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
현재 복권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은 홈페이지 상에서 복권과몰입 자가진단테스트를 스스로 해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가령 ▲복권 당첨확률 분석으로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 한적이 있다 ▲복권당첨으로 일확천금의 충동을 느낀다 ▲당첨이 된다면 당첨금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상상에 잠기곤 한다▲복권으로 잃은 돈은 복권 당첨으로 되찾아야 한다 ▲내 월수입의 1% 이상을 복권구입에 투자하고 있다 ▲복권구매 금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스스로 정한 금액 이상으로 복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남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복권을 구매한다 ▲언제 어디서나 복권판매점 간판을 보면 바로 구매한다 ▲복권 구매로 부부싸움이나 가족간 불화 등을 겪은 일이 있다 등의 질문이 테스트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 '예' '아니오'로 답하면 그 대답 내용에 따라 복권과몰입 정도를 설명해 준다.

복권과몰입 진행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우선 경제적 어려움을 복권 당첨금 한탕으로 해결되는 상상을 한다. 당첨에 대한 환상에 빠지며, 이 때 얼마라도 구매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에 당첨이 되면 환상에 더욱 크게 사로잡히게 된다.

복권과몰입 2단계에서는 한꺼번에 많이 복권을 사면 당첨 확률 역시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그래서 복권 구매수량을 더 늘려나가는 식이다. 그러다 낙첨이 계속되다보면 가정 및 직장생활에 소홀해지게 된다.

복권과몰입 3단계의 경우 복권 분석에 투자하는 시간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로또 번호 분석 등을 해 준다며 관련 정보 제공을 댓가로 돈을 받는 유료 사이트 여러 곳에 가입을 하는 것이다.

복권과몰입 4단계는 결국 계속된 낙첨으로 인해 절망감에 빠지는 것은 물론 가정파탄이나 자살 및 살해 시도 마저 나타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숫자만 보면 나도 모르게 6자리 번호 조합을 한다거나 외출시 복권을 분석할 장소부터 물색한다면 복권과몰입 증상을 의심해볼 만하다"며 "로또를 샀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 역시 복권과몰입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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