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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NEWS] 중독심리치유공연 십일월의 정원┃아픔을 만나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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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4-11-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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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심리치유공연 십일월의 정원┃아픔을 만나는 공연

“우리들의 가슴 속에 있는 아픔은 비로소 별이 되었고, 그 별은 누군가의 어둠 속을 비춰줄 빛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무덥던 지난 7월 오후, 다섯 번째 중독심리치유공연 ‘11월의 정원’의 준비를 위한 미팅이 처음으로 열렸다. 중독심리치유공연은 흥미와 재미를 주기 위해 연출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각자 삶 가운데 실제로 벌어졌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공연으로 표현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 중 하나이다. 올해는 서울마약퇴치운동본부,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주최, 빅토리치유공동체 주관으로 열리게 되었다.

‘11월의 정원’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 것이 있다.

“남들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공연이 아닌 우리의 진짜 아픔을 만나는 공연이 되자.”

출연진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대본을 직접 작성했다. 그들은 대본을 연습하고 수정해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아픔을 만나며 참으로 많이 울었다. 몇몇 출연진들은 자신들이 전혀 알고 있지 못한 새로운 아픔을 깨닫게 되는 감사한 순간도 있었다. 또한 계속되는 연습과 피드백을 통해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친밀함을 쌓아가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준비하는 내내 항상 즐겁고 좋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심리치유공연을 준비해온 경험이 있는 몇몇 분들이 있었지만 사실 상 전문적으로 팀을 구성하여 공연준비를 해본 적이 있는 전문가는 없었기에 중간 중간에 서로가 의도치 않게 힘든 순간들도 간혹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서로가 배려하며 참아주고 이해하는 과정들로 하여금 참여자들 모두가 성숙함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약 4개월이라는 연습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11월 3일. 공연 당일이 되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연출자, 출연진 그리고 스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소 긴장된 모습 속에서 불안함이 조금씩 표출되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가 이 공연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연출자와 스텝들은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연습 때 보다 매우 안정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고 제일 많이 긴장을 했던 출연진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가슴 속 깊은 아픔들을 사정없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관중들을 그들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며 그들의 용기에 크나 큰 박수로 답해주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중독심리치유공연은 끝이 났다.

마음에 상처가 심한 중독자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먼저 너무나 두려워서 직면하지 못하고 회피한 자신의 진짜 상처와 아픔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며, 둘째로는 마음속에 항상 ‘나는 할 수 없어. 포기할래.’라고 하는 패배자 신념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 이렇게 큰 공연을 전문가 없이 마무리 지었다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용기 있게 꺼내 놓은 그들의 정직한 이야기는 어둠 속을 헤매는 그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출연자는 공연이 끝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지금까지의 삶이 모두 꿈처럼 느껴지고 이제야 현실의 삶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더 이상 내 마음 속의 상처 입은 나로 사는 것이 아닌 현실 속의 나를 인정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상처 입은 중독자들이 되찾아야 할 본래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ARBN 기자 : 조정호 / 편집 :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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