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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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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1-11-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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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알코올, 담배, 도박, 게임 등 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중독은 우리가 정상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들에 대한 끌림이 지나쳐진 상태이다.
중독자라 할 때 흔히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어질러진 방에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고,
며칠 째 씻지 않은 채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폐인의 모습?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 도박을 하며 점차 야위어가는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해 보이고, 도박, 게임, 마약 등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즐거워하며 한다기보다,
멈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계속하고 있는 상태처럼 보인다.
중독자들은 다른 삶의 영역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의욕, 의지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후천적으로 의지가 없어진 걸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중독자가 된 걸까?
어렴풋이 우리는 중독이 정신력이 약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빠지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중독의 뇌과학 1: 보상체계

중독은 정신과적 질환 중 뇌과학적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영역 중 하나이다.
중독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들은 중독이 뇌의 보상 체계에 이상이 생긴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즉, 욕망,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이 과사용되어 망가진 상태이다.
그리하여 어떤 활동을 할지 안 할지를 적절하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예컨대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은, 게임이 즐거워서 게임을 하기로 선택한다기보다
게임밖에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이다. 이미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독과 가장 관련이 높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뇌의 보상체계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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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Dopamine)의 역할은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복합적이다.
도파민은 그것이 작용하는 신경 경로 및 뇌 영역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하며,
실행, 운동, 동기 부여, 각성, 강화, 보상 등과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주로 VTA(Ventral Tegmental Area: 복측피개영역)와 흑색질이라는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에서 분비된다.
VTA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해마, 편도체, 측좌핵, 전두엽으로 뻗어간다.
이렇게 VTA → 해마, 편도체, 측좌핵으로 뻗어나가는 경로를 중간 둘레 경로,
VTA → 전두엽으로 뻗어나가는 경로를 중간 겉질 경로라고 부르는데
이 연결망들은 뇌의 보상체계를 이룬다.
해마는 기억과, 편도체는 감정과, 측좌핵은 쾌감과, 전두엽은 편도체, 측좌핵을 억제하며
의지 및 통제와 관련이 있다.
중간 둘레 경로는 VTA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뇌 영역들까지 뻗어나가며 뇌의 보상체계를 이루는데,
이 보상체계가 망가진 상태인 “중독”은 기억, 감정, 쾌감, 의지의 영역들이 총체적으로 망가진 상태이다.

뇌의 보상체계는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기를 느낌, 기분이 안 좋다 → 무언가를 먹고 싶다 → 음식을 찾아 먹는다 → 기분이 좋다”와
같이 음식을 찾아 먹는 과정도 뇌의 중간 둘레 경로 및 중간 피질 경로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보상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보상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동기부여가 생기고, 성취가 가능해지는 한편,
보상체계가 고장 났을 때는 중독, 우울증 등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보상체계는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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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체계의 발견

1954년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James Olds), 피터 밀너(Peter Milner)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쥐의 뇌 한가운데 깊숙이 전극을 심었다(측좌핵 바로 옆 영역에).
그리고 레버를 하나 설치하여 쥐가 레버를 누르면 전극을 통해 측좌핵 근처에 약한 전기가 가해지도록 하였다.
쥐가 레버를 눌렀을 때 측좌핵에 전기자극이 주어지면서, 쥐는 쾌감(보상)을 느끼게 되었는데
쥐는 그 자극을 받기 위해 계속해서 레버만 반복하여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먹고 마시고 번식하는 모든 활동들을 멈추었다.
한 쥐는 12시간 동안 무려 7500번 넘게 레버를 누르는 것이 관찰되었다.
실험이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 많은 쥐들이 탈수로 사망했다.
쾌락에 중독되어 전기자극 외 다른 부분에 대한 의지는 모두 상실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뇌 안에는 보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영역이 과사용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의 연구들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이런 뇌 영역에서의 신호 전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도파민 길항제(도파민의 효과를 억제하는 약물)를 투여했을 경우,
쥐들이 레버를 누르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도 관찰되었다.
다시 말해, 도파민이 작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뇌의 보상작용이 적게 일어나 쥐들이 레버 누르기를 멈추었던 것이다.
또한 도파민 길항제가 대표적인 마약인 암페타민의 보상작용도 억제하는 것도 밝혀지면서,
보상에 있어서 도파민의 역할이 중요함을 밝혀졌다.


참고자료:
Diana M. The dopamine hypothesis of drug addiction and its potential therapeutic value. Front Psychiatry. 2011;2:64. Published 2011 Nov 29. doi:10.3389/fpsyt.2011.00064

Solinas, M., Belujon, P., Fernagut, P.O. et al. Dopamine and addiction: what have we learned from 40 years of research. J Neural Transm 126, 481?516 (2019). https://doi.org/10.1007/s00702-018-1957-2

[언론] 정신의학신문 [기자]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출처]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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