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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자해 중독’...과연 SNS만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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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1-07-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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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하이닥 기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발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중 10.2%가 최근 2주 이내에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만 13세 이상~18세 이하의 전국 청소년 570명 이였다.
자살과 자해 시도로 응급실을 찾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심지어 그 연령대마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왜 청소년 자해·자살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섭 원장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 사회를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이상섭 원장은 “SNS가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소통의 장이기보단,
집단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며
부담감만 주는 사회에서의 도피처가 되어준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상섭 원장은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청소년기 자해와 자살 시도가 급증한 원인: 부담스러운 사회적 책임

열심히 공부하거나 노력하면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한민국은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눈부신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도 그만큼 풍요로워졌을까?

현대에는 과거에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기회의 불균형’, ‘젠더 갈등’, ‘다양한 성 정체성’,
‘수저론’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은 사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무리를 나누고, 남녀 갈등은 인터넷을 넘어
학교 등 사회로 침투해 연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방학만 되면 성형을 하려는 아이들이 줄을 잇는 실정이다.

근면 성실하게 학업을 유지하고 또래 집단에서 일원으로 참여하여
자아정체감을 확립해야 하는 청소년기의 개인적 책임은 이런 시대에서 점점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몇몇은 이러한 개인적 책임을 부질없는 행위로 생각한다.
시대는 바뀌었으나 어른들이 알려주는 해결책은 과거와 다를 것 없는 "공부 열심히 해” 인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손에는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도피를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인 휴대 전화가 들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 도피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결국 표현하기 힘든 괴로운 감정들이 아이들의 머리를 가득 채우게 될 때 자해가 시작된다.


◇SNS, 현실과 자극적인 판타지의 괴리감만 키워: 왜 아이들은 SNS를 '해야만' 할까?

현대 청소년기 아이들이 또래집단에서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SNS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무력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어간 SNS에서 마주치는 것은
자신과 다르게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너무나도 잘 살아가는 것 같은 미남, 미녀들뿐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판타지에 합류하여 자기존중감을 향상시키고자 스스로를 포장하게 된다.
그러나 가면이 두꺼워질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은 커지고 소외감만 들 뿐이다.

그렇기에 자해를 소재로 한 SNS와 노래들이 큰 반향을 얻게 된다.
"그래,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어"라는 당장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지만,
곧 집단에 속해 내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기 마련이다. 그
렇기 때문에, 자해 SNS를 보며 따라 하게 되고 때로는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자극적으로 자해한 사진을 보고 "난 자해마저도 잘 못해"라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SNS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수많은 자극들이 쉴 새 없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기도 전에 엄지손가락 한 번만 움직이면
또 다른 소외감이나 충동을 일으키는 사진이 나온다.
마치 끓는 물의 개구리처럼 아이들은 점차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감과 짜증만이 남게 된다.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감정 통제와 해방감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당하면 자해를 통해 일시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감정은 통제할 수 없으나 신체에 스스로 상처를 내며 자기통제감을 느낄 수 있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겉으로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자해를 들여다보면 많은 청소년들의 자해가 자살 의도가 없고
감정 해소를 위한 습관적인 비 자살성 자해였다.

하지만 결국 이런 순간적인 강렬한 해방감은 금방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내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다. 점차, 아이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취하기 위한 술의 양이 늘어나고, 조금만 기분이 안 좋아도 술부터 떠오르듯이 자해도 중독이 된다.


◇왜 청소년 자해·자살이 간단한 문제가 아닐까?◇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섭 원장은
"자해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감정 해소 방법’이자 ‘하나의 신호’"라며 "부모와 사회가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며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상섭 원장이 청소년 자해와 자살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 본인의 진짜 감정 깨닫기◇

청소년기는 혼란스러운 시기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평생의 수수께끼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종 매체와 인터넷으로 접하는 여러 자극 속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운동 같은 건전한 취미 생활로 감정을 배출해볼 수도 있으나
이미 자해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무척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본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법을 연습할 것을 추천한다.

감정 일기는 본인의 감정을 다시 돌아보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고 어떤 일로 무슨 생각이 들어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짤막하게 글로 써보는 것이다.
당장 가득 쌓여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해소할 수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분류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미 자해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중이라면
조금씩 덜 자극적인 방법을 시도해 강도를 낮춰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커터 칼로 자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빨간 볼펜으로 손목에 색을 칠해 보던지 고무줄을 차고 튕겨보는 등의 방식으로 대체해볼 수 있다.


◇부모들을 위한 조언: 너무 과해도 독...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자녀나 학생의 자해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자해는 청소년 본인의 감정 해소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신호다.
부모와 선생은 우선 자녀나 학생의 습관적 자해의 심각성을 이해해야 한다.

자녀의 자해를 알아차린 후,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자녀를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이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이다.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지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언젠가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과도한 걱정이나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없는 관심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녀의 자해 문제는 당장 내가 과거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거나
당장 위로를 한다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부모와 자식은 가까우면서도 가장 복잡한 관계이다. 그렇기에 이해하기 더 어렵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내심을 갖고 일관적인 반응과 관심을 보이며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남겨 놓고 이와 동시에 너무 쉽게 위험한 무기를 쥐여주었다.
"도대체 뭐가 힘드냐"는 비난보다는 '무엇이 힘든지' 같이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상섭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론] 하이닥 [기자] 성진규
[출처]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62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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