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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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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72회 작성일 21-07-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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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로부터 입수된 www_slon_pics님의 이미지 입니다.

후배가 상담실을 찾아와서 한 말이다.
“저희 사장님은 잠도 없고 엄청 부지런합니다. 회사를 창립하고 성공했는데
저에게 게으르다며 자기계발에 열중해보라고 하십니다.”

내가 본 후배는 전혀 게으르지 않다. 일관되게 자신의 리듬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의 게으름이나 나태함은 그만의 리듬이라는 전체적인 균형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오늘은 자신을 괴롭히고 혹사시켰던 삶의 패턴에서 탈출하는 지혜를 소개한다.

더 이상 상처 입히지 않고 적당히 헤엄치면서 생각의 바다에서 노닐 수 있는 방법은
내 몸이 지금 힘들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 순간 치유는 시작된다.

온몸이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깊은 수렁에서 날 꺼내 준 것은 ‘올레길’이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수없이 걸려 넘어진다.
살다 보면 문득 사업, 돈, 인간관계, 건강 등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의 문제들이
불쑥 나타나 뒤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노력, 열정을 가지면 성공한다고 굳게 믿고 숨 막히는 경쟁과 한 가지 정답만 강요하는 학교에서
너무 오래 버텼던 것이다.

학창 시절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토끼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는 거북이를 닮기 위해
근면, 성실을 강요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노력하면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것마저도 가능하다’라는
오래된 교훈에 필자는 수긍할 수 없다.

현시대는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쳐야 할 거북이가 왜 육지에서 토끼랑 경쟁해야 할까?
경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북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북이임을 빨리 알아채는 것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육지의 레이스를 끝내고 자신이 있어야 할 바다로 가는 것이다.
또한 거북이는 목표 지점에 다다랐을 때 토끼를 깨우고 함께 골인하며
상생하는 것이 멋진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노력과 열정이 있기에 우리는 앞으로 전진하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노력은 사람마다 모습과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각자의 몸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호흡과 리듬도 다르다.
거북이의 속도가 토끼에 비해 느리다고 해서 “너는 열정이 없다, 노력하지 않는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한 배에서 난 자식들, 심지어 쌍둥이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토끼처럼 노력하면 거북이도 토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대책 없는 희망을 준다.
이런 노력 지상주의의 폐해는 자신과의 소통을 막아버리고 자신과의 속 깊은 대화 없이
남의 목표와 남의 꿈을 가져와 끊임없이 경험하고 뜻대로 안됐을 때는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과거에는 신비한 영물로 추앙받던 장수의 상징이 지금은 재빠른 토끼가 되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형국이다. 매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하는 일종의 ‘노력 중독’ 상태다.
노력 중독은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시야를 좁게 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며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중독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런 상태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서글픈 노력을 멈추고 마음속의 거울로 스스로를 비춰봐야 한다.

요즘도 토끼들의 세상 속에서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탈출해 자신만의 여유를 찾아보길 바란다.

[언론] 제주일보 [기자] 이원후, 제주감귤농협 동문로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출처]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8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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