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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어떻게 '도박 중독'을 감염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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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21-05-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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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도박 중독이 늘어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주 샀을 뿐인데, 갑자기 눈앞에서 빨간색 숫자가 쭉쭉 올라간다.
5분도 안 돼 최저시급을 벌었다. 희열이 솟구친다.
넥슨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4’에서 선수 카드 팩을 뜯었더니 원하던 스타급 선수가 나왔다. 짜릿하다.
이 기분을 즐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사고 싶다면 주의해야 한다. ‘도박 중독’ 증상일 수 있다.

‘도박 중독’은 코로나19 이후 생긴 부작용 중 중요도에 비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질환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구부 박애란 부장은
“코로나19 같은 재난 요소가 있은 후엔 2~3년 안에 사람들의 도박 중독 문제가 대두돼 왔다”며
“이미 도박 중독 위험이 커지고 있고, 더 큰 부작용이 나오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도박 중독 대중화 이끌어

코로나19 이후 도박 중독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 도박 문제가 대중적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박애란 부장은 “대중화된 주식, 게임 속 확률성 뽑기 등도 도박의 일종”이라며
“요행을 바라게 하고 사행성이 있고 돈이 걸려있다면 도박으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게임 속 확률성 뽑기는 엄청난 인기로 이미 우리나라 게임의 큰 축이 됐다.
최근 넥슨의 뽑기 확률 공개 여부가 큰 화제가 됐는데, 이는 많은 사람의 관심도를 대변한다.
또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식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문제가 되던 온라인 도박장도 커졌다.
경륜, 경정 등 합법 사행 산업이 휴장하자 해외 경주 영상을 이용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늘었다.
지난해 국민체육 진흥공단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접수 현황은 670건이었던 2019년에 비해
4234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도박 문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도 지난해보다 15% 증가했고,
이 중 90%는 온라인 도박 중독이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고립되는 사람이 많아지자 커진 스트레스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홍식 원장(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확산하면서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중독되는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박 중독으로 전두엽 크기와 뇌 활성 줄어

도박 중독은 뇌 변화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무려 1990년부터 WHO에 의해 질병코드를 부여받았다.
개인이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뇌에 변화가 일어나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이 커지기 때문에 치료과정을 겪어야 한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도박을 하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다음에도 도파민을 분비시켰던 자극을 원하는 보상 회로가 지속해서 자극되면서
전두엽과 중피질 경로가 손상된다”며 “그러면 도박과 관련된 자극만 더 쫓게 되면서
욕구 조절의 어려움, 의사결정의 문제 등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독 증상이 있는지는 MRI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MRI를 실시간으로 찍으면서 충
동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의 뇌 변화를 보면 복외측전전두피질 활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도박 중독과 뇌변화사이 상관성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확장되고 있는 도박의 영역이 젊은 층에 특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10대의 경우 2015년 불과 71명뿐이던 도박자 수가 2019년 734명으로 급증했고,
20대와 30대는 전체 온라인 불법도박자의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기질적 변화가 적을수록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데,
게임·주식 등으로 10~20대 젊은 나이에 중독에 노출되면 성숙하지 못한 뇌가 손상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전화 한 통이면, 뇌 손상 회복도 사회 복귀도 가능해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성준 교수는 “충동 조절이 불가능한 뇌 변화 증세가 도박 중독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사실은 불안장애, 강박장애, 우울, 조증 등에 의한 것인데 도박으로 행동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각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동기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박 치료는 도박에 대한 잘못된 사고를 교정하는 인지행동 치료와 충동 증세를 이겨내야 한다는
동기 강화 치료 그리고 의지 강화를 도와주는 상담 치료로 이뤄진다.
동반 질환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해국 교수는 “필요하면 항갈망제를 쓰기도 하고,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서 충동적인 기질을 보이는
질환인 성인 ADHD에 준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의한 실행 기구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재활 치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도 좋다. 1336번으로 전화만 하면 된다. 24시간 상담 가능하다.
통화가 어렵다면 ‘도박문제 넷라인’을 통해 채팅 상담도 가능하다.
이홍식 원장은 “무료로 개별 상담 12번을 제공하는데,
통계가 나온 최근 해인 2018년 12회기 정규상담 이후 단도박률은 87%에 달했다”며
“동반 질환이 있어 전문적인 전문의 진단이 필요할 때에는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센터도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언론] 헬스조선 [기자]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출처]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04/20210304026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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