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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놀이의 경계…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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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1-05-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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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확률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면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소수 게이머들, 거금 '투자'… "강박적 구매 땐 치료 필요"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이 올 상반기의 뜨거운 감자다.
확률형 아이템은 무작위 확률로 저가나 고가의 아이템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애초에 나오지 않는 아이템을 나올 것처럼 알려 논란이 더 크게 일었다.
'당첨 없는 로또'나 마찬가지인 것.
뒤늦게 게임사들은 앞다퉈 실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공개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당첨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야말로 극악의 확률이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이런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확률형 아이템에서 고가의 아이템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확한 확률조차 몰랐다.
게임사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볍게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게임사의 매출은 오히려 매년 증가했다.
약 5%에 불과한 소수의 게이머들이 초고액의 거금을 들여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도박이나 다름없는 희박한 확률에 열광했을까.

◇5%의 소수가 절반 이상 구매… '통제의 환상'에 빠진 것
영국 플리머스대와 울버햄프턴대 공동 연구팀은 성인 7771명이 포함된 13개의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만큼의 중독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
근거 중 하나로 전 세계 확률형 아이템 구매 비용의 절반 이상은
이용자의 약 5%에 불과한 소수가 지불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연구팀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구매는 구조적, 심리적으로 도박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희박한 확률에 돈을 걸고, 그동안 투자했던 매몰 비용이 아까워 더 큰 구매로 이어진다.
운 좋게 좋은 아이템이 나와도 쉽게 만족할 수 없다.
여러 개 아이템이 한데 모여져야 효과가 나타나는 형태의 아이템,
일명 '컴플리트 가챠'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종종 강력한 희열을 느끼면 그것을 다시금 느끼고자 특정 행위에 과도하게 집착하곤 한다.
이는 중독의 기본 원리다. 특히 외부 환경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 더욱 쉽게 중독에 빠진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로또와 같은 복권을 생각해보라"며
"자신이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기회심리로 인해 마치 자신이 확률을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앨런 랭어는 이처럼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통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통제의 환상'이라고 지칭했다.

하나의 게임에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대개 한 가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구성이 다른 여러 확률형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으며,
여기서 나온 아이템은 단순히 현금 가치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 여러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쓰인다.
결국 불가항력적인 확률로 아이템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는 자신의 주도하에 아이템을 소비하고 있다는 통제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복권은 매우 극소수만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모든 사람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제공한다.
이 또한 '밑져도 본전'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다.

◇개인주의 강하거나, 자존감 낮은 사람이 더 취약
통제의 환상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은 어떠한 사건에 대한 통제력의 근원이 타인이나 외부 조건과의 연관성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확률형 아이템에 쉽게 유혹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국게임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이용자는
비이용자보다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준 교수는 "모든 중독이 그렇듯, 정신적으로 폐폐한 사람도 확률형 아이템 중독에 취약할 수 있다"며
"현실의 우울함과 고통을 게임 속 성취로 바꾸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사의 교묘한 설계로 통제의 환상을 강화할 수도 있다.
무작위에 의한 확률을 게이머가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말이다.
기자가 직접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5개를 살펴본 결과,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거나
▲확률형 아이템 사용 결과로 나온 여러 아이템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하게 하거나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여러 개 모으면 고가의 아이템으로 바꿔 주거나
▲아이템을 게임 속 특정한 상황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정 기간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등 방법이 주로 쓰이고 있었다.

◇도박과 유사하다면… 아이템 구매도 '치료'해야 할까?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드는 것이 도박과도 유사하다면,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걸까.
우선은 확률형 아이템에 빠져든 정도가 어떠한지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많이 구매하더라도 일상생활, 업무, 학업 등에 지장이 없다면 중독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강박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시도한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조성준 교수는 "만약 확률형 아이템 중독으로 치료를 받더라도,
일반적인 도박 치료랑 비슷하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의 환상을 줄일 수 있도록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필요하게 된다.
우울증, 강박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원인이라면 이를 함께 치료할 수도 있다.

[언론] 헬스조선 [기자]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출처]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20/20210420022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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