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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다
■ 유학시절, 친구로부터 마약 권유 받다 중독자 돼

■ 10·20대 마약류 사범 급증에도 예방 교육 역부족
■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마약 문제, 해결책은 요원

마약에 중독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각자의 ‘바닥’을 경험하게 된다.
마약을 끊지 못한다면 결국 스스로 죽음의 길로 걸어가거나, 폐인이 돼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마약은 독약이나 다름없지만,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출간한 2019년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해 동안 세계 인구의 5.5 퍼센트에 해당하는 2억7100만명(연령 15∼64세)이
약물을 남용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약류 사범은 1만2209명으로 집계됐으나
범죄 특성상 검거되지 않은 암수 범죄 마약류 사범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은 마약의 마수에 빠진 이들이 크게 늘어 지금은 ‘마약 오염국’이라 불린다.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재계2·3세, 국내 거주 외국인, 청소년, 주부, 회사원 등 직업과 연령을 가릴 것 없이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점점 삶 속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마약중독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처벌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들을 다시 사회로 돌아 갈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없는 것일까.
지금처럼 마약 예방 및 치료와 관련해 무관심한 사회에선 관련 정책과 예산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마약중독은 이제 우리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투데이신문>은 마약이 어떻게 삶을 무참히 망가뜨리는지 실제 마약중독자의 경험담부터
마약중독 및 관련 범죄의 실태, 마약 극복자의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이를 통해 마약중독을 예방하고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 나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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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마약(narcotics)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이다. 헤로인, 코카인, 양귀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모두 마약이라고 혼용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마약류’가 정확한 표현이다. 마약류는 중독성이 강해 강력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 금단증상, 내성, 재발현상을 발생한다.

이 같은 마약류의 불법적 사용은 개인에게는 신체, 정신, 가정의 파괴를 가져온다. 사회적으로는 각종 범죄와 혼란을 가져오며, 경제적으로는 불법자금의 유출과 유입 및 자금흐름의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개인뿐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들은 더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마약사범은 2019년 들어 1만411명으로 1만명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했다.
검찰·경찰·관세청·해경 등은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정부기관 합동 특별단속을 시행해 국내 마약 사범 1만8050명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마약류 사범 단속 이래 최대 검거 인원으로 2019년(1만6044명)보다 1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인터넷 마약류사범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공간 다크웹 등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마약 유통이 2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 다르크 마약재활센터에서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최근 늘어나는 마약류 범죄를 마치 예상이나 한 듯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미디어 및 각종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마약류 구입 절차가 매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마약 유통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으로 인해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그들이 유일하게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마약 판매 뿐이다.
즉, 마약중독자들이 판매·유통하는 마약은 또 다른 마약중독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렇게 마약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마약중독재활 수업을 듣고 있는 왼쪽부터 김현석(25·가명)씨과 권민우 (33·가명)씨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 꿈과 미래와 바꾼 마약

마약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직접 들은 ‘마약오염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실제 본보가 만난 마약중독자 3인은 적게는 10대 시절부터 많게는 20대 중반에 마약을 시작한 뒤
지금은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대고 있다.

김현석(25·가명)씨는 20살 끝무렵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떠난 호주에서 마약을 처음 접했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 덕에 금방 타지생활에 적응했던 김씨는 남들과 같이 평범한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과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 클럽에 방문했다.
김씨는 아직도 클럽을 방문하던 그때 당시를 후회하고 있었다.
알약 1개와 맥주 1개를 건네던 웨이터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거리낌 없이 한 입에 약을 털어 넣던 친구들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고 전했다.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권민우(33·가명)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호주로 향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과 부푼 기대감을 안고 떠난 유학길.
권씨는 그토록 바라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떠났던 유학길이 지금은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호주에서 학업에 매진하던 중, 권씨는 그곳에서 사귄 친구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마약을 판매하는 스팟(spot, 마약 판매장소를 지칭하는 은어)에 함께 가보자는 것이다. 평소 호기심이 강했던 권씨는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곳에 가게 됐다. 그저 어떠한 곳인지 궁금했을 뿐 마약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친구가 스팟에서 구매한 대마초를 피는 모습에 자신도 따라 피우게 됐고, 이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중독으로 이어져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마약중독자 최현서(30·가명)씨는 외국은행에서 일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이를 위해 열일곱, 어린나이에 미국으로 향했다. 최씨는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사귄 흑인 친구와 친하게 지내던 중, 흑인 친구가 문득 강당 뒤편에서 마약을 권유 받았다. 워낙 공공연하게 마약을 하는 분위기라 별 꺼리낌 없이 마약을 했고, 이를 끊지 못해 자신의 인생이 망가져가는 것을 어린나이부터 피부로 느끼게 됐다.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약 관련 콘텐츠 <사진출처=유튜브·네이버 블로그 캡처>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죄의식 없이 시작한 마약, 그 끝은

이들 모두 처음 마약을 접할 때 죄의식이 크게 없었다. 그저 친구의 제안, 유혹,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마약 복용이 범죄라는 인식을 크게 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나온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마약에 더욱 쉽게, 일찍 노출될 수 있다. 유학파 재벌가 자제들의 연이은 마약 유통 및 중독 사건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비단 해외파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는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유튜브에 마약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마약 체험담부터 마약 투약시 필요한 물건 등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각 콘텐츠에서는 마약을 투약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설명하는 등 저연령층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심각한 문제다. 아울러 국내 거대 포털 네이버의 블로그에선 마약류를 만드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적혀있어 또 다른 양상의 마약류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년층의 마약중독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정)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5년~2019년) 10·20대 마약류 사범은 2.6배 증가하며 전 연령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경우 매년 100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전년대비 67.1% 증가한 239명을 기록하며 200명대를 넘어섰다.

10·20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상황속에서도 마약류와 관련한 청소년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환각성 물질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는 중·고등학생 응답자 중 불과 35.8%가 환각성 물질 위험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중 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81.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즉, 마약류 관련 교육의 실효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해당 조사 결과, 마약류 남용의 사전 차단을 위한 청소년 대상 약물 관련 교육은 주로 흡연이나 주류 등의 교육에 치중돼 있으며 환각성 물질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약 70%로 매우 높았다.
교육내용이 부실하거나 평상시에도 쉽게 인터넷,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피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마약정보를 일일이 제한하기란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마약류에 호기심을 드러내는 개개인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수준의 교육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어린나이부터 마약에 중독돼버린 이후 서서히 자신의 인생이 망가져가는 것을 느꼈지만 마약 부작용으로 각자의 ‘바닥’(마약중독자들의 은어, 마약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 고민하는 시점이나 사건)을 겪고 나서야 마약을 끊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솔한 호기심의 끝은 영원한 추락이었다. 우리는 이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 채 마약에 잠식당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언론] 투데이신문 [기자]박세진 기자
[출처]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