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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해롱해롱… 요즘 길거리 마약사범 왜 이리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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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218회 작성일 21-0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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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마약 실물과 함께 올라온 판매글. /트위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서
40대 남성이 몸을 덜덜 떨며 배회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보니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이 남성은 소방학교에서 소방관을 가르치는 현직 소방 간부(소방경)였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작년 말부터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했다”고 실토했다.

지난 8일 오전 3시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골목에서 A(36)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도로변의 오토바이 2대와 에어컨 실외기를 들이받았다.  경찰이 출동했는데 A씨는 말을 제대로 못 했다. 음주 측정 결과는 정상. 간이 시약(試藥) 검사에선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왔다.

7일 오후 9시쯤엔 서울 강남구 한 편의점에 대마초·필로폰에 취한 30대 여성이 “살려달라, 마약을 했다”며 횡설수설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31일엔 서울 강남에서 택시를 탄 남녀 2명이 차 안에 마약과 주사기가 든 가방을 두고 내렸다 덜미가 잡혔고,
그 일주일쯤 전엔 마약에 취한 30대 탈북 남성이 대담하게 청와대 교통초소로 가 “필로폰을 투약했는데 자수하러 왔다”고 횡설수설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마약에 취한 이들이 벌이는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숙소와 비밀 클럽 등 은밀한 곳에 머물러왔던 마약 투약자들이 백주 대낮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비틀거리는 일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온라인을 통한 일반인 대상 마약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집·차량에서 혼자 투약하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209명으로 전년(1만411명) 대비 17%가 늘었다.
이한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코로나로 클럽·룸살롱 등 기존에 집단적으로 마약 거래·투약을 했던 장소에 출입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의 마약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누구나 호기심만으로도 쉽게 마약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위터에 마약 은어인 ‘○’ ‘XXX’ 등을 검색해보니, “신규 고객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마약 판매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지워지길 반복했다. 마약판매업자들은 트위터로 마약을 홍보한 뒤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하는 수법을 쓴다. 기자가 입장한 한 ‘마약 판매 텔레그램’ 방에는 240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판매자 B씨는 “오프라인 소개를 통해서만 팔다가 최근에 ‘인터넷 광고’를 시작했다”며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한다”고 했다. 처음엔 무통장 입금도 받았지만, 최근 익명이 보장되는 암호 화폐로 갈아탔다고 한다.
이 업자는 인터넷 영업에 뛰어든 시점이 작년 5월이라고 했다.
룸살롱·클럽 등 유흥업소에 대한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이 본격화한 직후다.

경찰은 트위터·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다크웹(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을 통해서도 마약이 꾸준히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마약상이 유통 조직처럼 전국에 퍼져 있어 해당 경로를 아는 사람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집에서도 간단히 온라인 검색만으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경찰에 검거된 인터넷 마약사범(판매·구매·광고 등 포함)은 2018년 1516명에서 작년 2608명으로, 2년 새 1000명 넘게늘었다.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구한 이들은 클럽·룸살롱 대신 자신의 집이나 호텔, 차량 등에서 1~3명의 소규모 단위로 투약한다. 지난 2일 현행범으로 체포된 20대 남성도 자신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에서 여성 C(23)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다, C씨가 숨을 쉬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택시와 경찰차를 잇따라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난 운전자의 차 안에서도 빈 주사기와 휴대전화 여러 대가 발견됐다. 경찰은도주한 운전자가 혼자 차 안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운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도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마약 수사’의 축을 옮기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사이버 마약 수사’ 분야 경력자 채용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마약 범죄가 증가하면서 관련 수사 인력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약 자금이 오가는 암호 화폐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도 강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하의 채의준 변호사는 “가상 화폐 대행 업체를 이용해 마약을 구매해도 결국 누가 마약을 샀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며 “가상 화폐로 사면 걸리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언론] 조선일보 [기자] 조유미 기자, 남지현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2021/02/19/DK6BY4W3WZGCLK7ZBQSEARQX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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