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알코올중독 엄마가 마신 술, 아이에겐 평생 고통”

김영주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장
김영주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연구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이 FAS를 설명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임신 중 어머니의 행동은 아이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음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단순히 ‘술을 마시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이하 FAS)’를 일으킨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임신부가 임신 중 술을 마심으로써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이다. 매년 전 세계 63만 명의 신생아에게 발생한다. 아이는 이로 인해 사회활동을 하면서 많은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FAS는 본래 서구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대목동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를 개소했다. 연구소를 이끄는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로부터 FAS에 대해 물었다.

 

-국내에 FAS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지. 오히려 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 전부터 몸을 만드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 것 같다.

 

“이를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 임신 전부터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몸관리에 나서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반대로 알코올 중독으로 임신 중 자신의 의지로 금주하지 못하는 산모도 늘고 있다. 알코올이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산모도 증가세다.

 

‘태반 또는 모유를 통해 전파된 해로운 영향을 받은 태아 및 신생아’가 병원을 찾은 경우 ‘P04 코드’로 진단받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8~2014년 이같은 진단을 받은 아기 수도 점점 늘고 있다.”

 

-국내에 FAS를 겪는 아이는 어느 정도 되는지.

 

“사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해외 다른 국가에 비해 FAS 환자가 매우 적다. 1000명 당 약 1.4~5.7명을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처럼 정확한 유병률은 아직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신생아 1000명당 4.5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아시아 최초로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를 개소했다. 사진은 개소식에 참석한 김영주 연구소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FAS의 위험성을 설명해달라.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가장 큰 위험은 어떤 점인지.

 

“알코올은 태아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학령기 학습장애와 성인기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2차 장애를 유발한다. 보통 IQ 70이하의 정신지체, 소뇌증, 신체적 기형, 저체중, 짧은 안검열 및 특징적인 얼굴이 증상으로 꼽힌다. 이같은 문제를 평생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FAS 환자들의 평균 사망 나이는 34세이며, 일반인에 비해 자살의 위험이 5배 이상 높다. 임신 중 절대 금주를 해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 등을 통해 표현되는 FAS는 ‘충동성이 커진다’는 식으로 묘사되는 듯하다.

 

“아무래도 그런 측면이 있다. FAS를 동반한 사람은 정신장애, 알코올 및 약물 남용, 일탈 행동으로 인한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이 건강 집단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대학이 진행한 연구 결과 6~51세 사이의 FAS 환자들의 80%는 우울증·ADHD 등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받고 있었다. 60%의 청소년과 성인은 절도 등 범죄를 경험했다. 또, 12~20%는 알코올이나 약물로 인해 수용시설에 입원했다.”

 

-FAS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관리돼야 하는지.

 

“FAS는 세계에서 가장 예방 가능한 정신질환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엄마의 금주가 최선이다.

 

다만, 이미 FAS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빠른 시기에 FAS에 대한 진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개인에게 맞춤화된 특수교육과 적합한 치료에 나서고, 정신장애·알코올 및 약물남용·일탈 행동으로 인한 법적 문제에 대한 상담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또 민간 업체, 학계, NGO 및 보건 당국의 협력으로 FAS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FAS는 가장 예방 가능한 정신질환으로 꼽히며, 예방법은 산모의 금주다

-간혹 임신한 줄 모르고 술을 마셔 걱정하는 산모도 많다. 이같은 상황도 아이의 FAS 발현에 영향을 주는지.

 

“임신한 사실을 알기 전, 모르고 술을 모르고 마시는 일은 여성들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자책하기보다는 그 이후로 임신기간이나 모유 수유기간 금주를 지속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임신 1분기의 음주로 FAS가 발생할 경우는 금주 집단에 비해 5배 높다. 단, 임신 기간 내내 음주를 할 경우 발생확률은 65배 이상 뛴다. 임신 계획을 하고 있는 가임기 부부들은 임신 3개월 전부터 함께 금주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전반적 제언을 해달라.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계획 시점부터 금주하는 것을 권고한다. 출산 전 과한 음주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물실험 결과 태아발달 저하 및 거대아 출산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임신 계획을 결심한 순간부터 가임기 부부 모두 최대한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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