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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1시간 못버티던 아이들이 변했다"…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료 '드림마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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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9-08-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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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청소년, 드림마을서 한달동안 스마트폰 없는 생활
프로그램 대부분 ‘놀이’…"스마트폰 없이도 즐겁다 경험"
수료 후 집으로 돌아가 다시 중독 증세 보이기도
국비지원 전문기관은 드림마을 한곳…여가부 "예산상 한계"

"예전엔 스마트폰 없이는 1시간도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웹툰(인터넷 만화)대신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지난 21일 찾은 국내 유일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료 센터 ‘드림마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은 참가자들이 25박 26일간의 치료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수료식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을 향해 그간 동고동락했던 대학생 멘토들은 "앞으로는 게임 끊자" "학교 잘 나가고"라며 응원해줬다.

수료식을 마치고 멘토를 향해 "연락할게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도 있었다. 수원에서 왔다는 박모(14)군은 기자에게 자신의 수료증을 꺼내보였다. 수료증 한쪽에는 '할 거 다 하고 게임을 한다, 일찍 잔다,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한다' 등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행동규칙서약서’가 쓰여 있었다. 기자가 "정말 이대로 할 계획이냐"고 묻자, 박군은 주저 없이 답했다. "당연하죠!"

◇청소년 2000여명 찾은 국내 유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캠프
2014년 8월 전북 무주에 처음 문을 연 드림마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료’ 국립기관이다. 서류검사와 심리검사,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있는 아이들을 파악, 입소를 권유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불면증·우울증을 겪는 경우들이다. 드림마을에선 전문 중독치료사, 대학생 멘토 등과 함께 청소년들이 한 달가량 합숙하며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경험한다.

중독 치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달리, 이곳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놀이’다. 조를 짜서 밴드 공연도 하고, 덕유산국립공원에서 트래킹을 즐기기도 한다. 특히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날이면 아이들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드림마을 측은 "스마트폰을 대신할 대안 문화를 찾아줘, 스마트폰이 없어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드림마을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모(14)군은 "전에는 밥도 거르고 하루 7시간 넘게 게임을 했다"며 "여기 들어와서는 스마트폰 대신 배드민턴, 탁구 등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참가자 이모(18)군 역시 "게임 중독 때문에 병원을 다니며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드는 생활을 했다"며 "여기 와서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니 편히 잘 수 있었다. 인터넷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5년 동안 20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드림마을을 다녀갔다. 한주에 5만원 정도의 식비를 제외하면 모든 비용은 국가가 지원한다. 수료식을 찾은 부모님들은 오랜만에 만난 자녀의 얼굴 표정을 보며 흐뭇해 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A(47)씨는 "아들이 밤새 게임을 하고 다음날 학교에서는 하루종일 잠을 잤다"며 "드림마을에 들어간 뒤 한달 만에 본 아들의 얼굴이 입소 전과 달리 매우 활기차 보였다"고 했다.

◇ 드림마을 이후 30%는 사후 검사 응하지 않아…"학교 내 대안 마련 필요"
물론 모든 학생이 드림마을에서의 한달만으로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을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드림마을에 참여했던 박모(14)군은 당장 집에 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길 바랐다. "저는 오기 싫었는데 부모님이 강제로 보낸 거예요. 집에 돌아가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밀린 웹툰 보고 게임할 거예요."

드림마을 측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스마트폰’과 분리되지 않으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마을 교사 윤경석(35)씨는 "캠프를 수료한 청소년들은 다시 스마트폰이 전부인 세상으로 돌아간다"며 "집에 돌아가서도 아이가 스마트폰에 다시 중독되지 않도록 부모와 어른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림마을을 수료한 뒤 다시 중독 증세를 보여, 부모가 재입소가 가능한 지 묻는 경우가 매년 3~4건씩 있다고 한다. 하지만 드림마을을 한번 다녀간 학생은 재입소가 불가능하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다 많은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대안으로 드림마을 측에서 캠프를 수료한 후 다시 중독 증세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후검사를 제공하지만, 그마저도 매년 총 수료생의 30% 가량은 응시조차 않는다고 한다.

매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늘어나는데, 관련 기관 중 국비가 지원되는 곳은 드림마을 하나라는 점도 문제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128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2019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조사'에 따르면, 20만6102명(16%)이 인터넷·스마트폰 과(過)의존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2017년에는 14.3%, 2018년에는 15.2%였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상담기관 등은 예산 차이에 따라 프로그램 격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추가 시설 건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건의한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현시점에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치료기관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드림마을 관계자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 학교가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드림마을에 6년째 멘토로 참가하고 있는 안동희(25)씨는 "학교에서는 수업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것이 고작인데 이는 어른의 시점에서만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런 식의 강압적인 방법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 세심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멘토 임대호(28)씨도 "일선 학교에서도 전문인력을 확충, 스마트폰 중독에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8/2019082801640.html 조선일보 2019.8.28 배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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