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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최초의 디지털 마약… 누가 뭘 누를지 몰라 미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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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511회 작성일 19-08-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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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팔로어 채우고 웨어러블 기기로 운동량 달성…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 사회
"모든 걸 수치화해 남과 비교하며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인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애덤 알터 지음|홍지수 옮김|부키
420쪽|2만2000원

하루 1~4시간, 깨어 있는 시간 중 4분의 1, 매달 100시간, 평생 평균 11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앱 '모먼트' 개발자 케빈 홀시가 사용자 8000명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46%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심리학자 애덤 알터 뉴욕대 교수는 "디지털 사회가 사람들을 '중독'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고 주장한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란 단어가 유행하고, 2015년 스마트폰 중독자는 2억80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을 한데 모아 '노모포비아 합중국'을 구성하면 세계에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나라가 된다. 전 세계에 만연한 디지털 중독은 사람들의 의지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저자는 "컴퓨터 화면 저편에서 수많은 전문가가 사용자들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행위 중독'이다.
 '쇼핑 중독'이나 '게임 중독' 혹은 '운동 중독'과 같은 부류로 묶이는 행위 중독은 약물 중독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마약 중독자가 헤로인을 주입할 때와 게임 중독자가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에서 새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뇌가 보이는 활성 패턴은 거의 같다.

스마트폰 중독의 핵심에 소셜미디어 중독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꽂혀 사는 나머지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59%에 달한다.
 '최초의 디지털 마약.' 미국의 앱 개발자 라미트 차울라는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버튼 기능을 일러 이렇게 말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중독을 '피드백 중독'에 따른 '행위 중독'으로 본다.
1971년 심리학자 마이클 질러는 버튼을 쪼면 모이가 쏟아지는 접시 앞에 비둘기 세 마리를 놓고 실험을 했다.
비둘기는 버튼 쪼는 횟수의 50~70%만 모이를 줄 때 가장 미친 듯이 버튼을 쪼아댔다.
비둘기의 뇌는 보상을 예측할 수 있을 때보다 뜻밖의 보상을 받았을 때 훨씬 많은 도파민을 분비했다.


밥을 먹을 때조차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성. 미국과 유럽의 성인 수천 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70%가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리면 우울하거나 겁이 덜컥 난다고 답했다.
밥을 먹을 때조차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성. 미국과 유럽의 성인 수천 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70%가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리면 우울하거나 겁이 덜컥 난다고 답했다.
질러의 실험 결과가 발표된 37년 후 페이스북 웹 개발팀은 수억 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비슷한 피드백 실험을 준비했다. 바로 '좋아요' 버튼이다.
사용자들은 사진, 웹 링크, 업데이트 등을 공유할 때마다 도박하는 기분을 느꼈다.
게시물에 '좋아요'가 하나도 달리지 않으면 공개적인 망신처럼 여겼다.
비둘기처럼 사람들도 보상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더 피드백에 몰두했다.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은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은 일관성 없는 피드백의 전형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진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어떤 사진은 무시한다.
피드백이 일관성 없고 들쑥날쑥하니 사용자들은 미칠 지경이 된다.
 소셜미디어는 정교하게 설계된 중독 메커니즘을 통해 이용자들을 묶어놓고 수익을 올린다.

'목표 중독' 또한 디지털 사회의 병폐 중 하나다. '핏빗'과 같이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목표 운동량 달성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운동 중독이 되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때문. 저자는 "행위를 수치(數値)로 측정하기 쉬워져 목표를 남들과 비교하기 용이해진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이는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라"는 것. '인스타그램 팔로어 1000명 달성'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매일매일 삶을 채워주는 소박한 일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잠잘 때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놓는 습관을 버리고 되도록 몸에서 멀리 떼어놓으라고도 말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친구·댓글 수를 지워주는 수치 제거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외로워서 중독된다. 중국의 인터넷 중독 치료 권위자 타오란 교수가 10대들의 부모에게 말했다. "이 아이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입니다." 원제 Irresistible.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0/20190810001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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