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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칼럼] 약물의존자들의 민간재활센터 다르크 포름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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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호 댓글 0건 조회 1,560회 작성일 16-04-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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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으로부터 회복된 의존자가
다른 의존자를 회복시킨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한 사람의 회복이 중요하다.


따뜻한 봄이 오기 전 마지막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16년 3월 12일 토요일


서울남산유스호스텔에서는 한국 최초의 민간약물재활센터 서울 다르크가 오후 1시부터 5시 까지 네 번째 포름을 가졌다.

『다르크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예전 기사인 ARBN 뉴스 게시판에서 -[ARBN NEWS] 약물중독자들을 위한 회복공동체 다르크(DARC)- 게시글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포름은 서울 다르크 원유수 센터장의 진행에 따라 내빈축사, 서울 다르크의 그 동안 발자취 그리고 약물 의존자들이 자신의 회복경험을 나누며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 다르크 원유수 센터장은 일본에는 현재 80개의 다르크가 있으며 그로인해 의존자들이 회복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은 반면, 한국에는 겨우 하나인 서울 다르크가 있으며 이것이 정부에서 유일하게 보조를 받는 민간약물재활센터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약물 의존자들이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서울을 기점으로 인천과 부산에서도 약물 의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르크를 확장할 것이라는 계획을 추가적으로 이어갔다.

일본의 여러 다르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원유수 센터장은 약물의존으로 부터의 회복은 그저 단순히 절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회복에 대한 시스템의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며 또한 약물중독으로 부터의 진정한 회복의 시작은 술과 약을 끊는 그 때가 시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다르크는 2012년 4월 20일에 한국에서는 최초로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다르크는 의존자들이 함께 지내며 생활하는 회복 공동체이다. 원유수 센터장은 함께 먹고 자고 하는 과정에서 얻는 회복의 요소들은 이론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회복에 있어서 이 만큼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없다며 공동생활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 갔다.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서 전부 보게 된다. 이 때 권위와 고집을 주장하기 보다는 이해와 배려를 배움으로써 친밀함과 신뢰형성을 통해 회복의 토대가 세워진다. 욕심은 줄고 감사함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회복의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동체 생활에서 각자의 일은 자신이 직접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조모임이다. 모임을 통해 나의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지역봉사활동을 함께 다니며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다르크의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러 회복 공동체 및 재활 병원과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정부의 관심이 미약하지만 작년에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을 통해 치료재활부분에서 수상을 하며 다르크가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회복의 과정은 가만히 서서 버튼만 누르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다. 직접 온 몸에 힘을 싣고 한발 한발 올라가는 계단과 같다. 순간마다 많은 어려움과 고난들이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겸손’이다. 겸손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회복의 기나긴 여정은 회복 중인 누군가와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게 되면 약물의존은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

 원유수 센터장은 그 밖에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던 경험, 대외적인 관계를 통해서 얻은 것들을 추가적으로 계속 설명해 나아갔고 서울 다르크가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성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약물 의존자들의 회복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두 명의 의존자의 나눔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회복 메시지 나눔의 형식은 자신의 지식을 말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육으로써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회복된 삶을 다른 의존자들에게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받은 의존자에게는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빛이 되는 것이다.


-의존자 이님-

  어린 시절, 부모의 돌봄이 없었고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는 기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불량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가족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났습니다. 부모님의 양육이 없었기에 항상 혼자였습니다. 성격이 많이 급했고 싸움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싸움을 했습니다. 이것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더 이상 싸움은 하지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시작했고 돈을 버는 기쁨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단점을 돈으로 치장하며 멋을 부리며 살았습니다. 돈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쫓다보니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좋았고 쾌락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때는 중독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10년 동안 남몰래 약을 하면서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죄의식도 양심의 가책도 없었습니다. 법적절차를 받을 때조차 저는 당당했고 약을 원했습니다. 돈이 넉넉하니 오직 약을 통해서만 기쁨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가족들과도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교도소 출소 후에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망가진 인생 약을 해서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가든지. 저는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입소를 했지만 단약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습니다. 가족도 없으니 어디 갈 때도 없었습니다. 이 곳은 그저 의지할 수 있는 도피처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다 가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몸으로 점점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는 다 진심이라는 것을.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모두 다 고마운 분들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관계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교도소에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단약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약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른 의존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의존자 강님-

 약물의존자의 회복모임에는 의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함께 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도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약물을 했다. 약물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 정신에 치명적인 영향들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회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를 약물 의존자로 만든 건 무엇인가? 그 기억들, 안 좋은 기억들을 머리 속에서 빼내고 싶다. 컵 속에 더러운 물이 있지만 더러운 것만 버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물을 다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속의 기억이 문제다. 그러나 현대의학으로는 그 기억을 지울 순 없다. 나를 의존자로 만든 나쁜 기억을 빼내지 못하면 좋은 학습이 필요하다. 더러운 물을 희석시킬 좋은 물을 컵에 따라줘야 한다. 좋은 기억을 심어주자. 그것은 새로운 경험들이다.

 태어난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좋은 선택의 근본은 기억과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 경험들을 하고 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과거의 혼탁함으로 가득하다. 기억은 모든 생활의 연결고리이다. 내가 약물을 끊고자 애쓰는 건 과거로부터 벗어난 ‘인간다운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도 기억과 연결고리가 있다.

 그 연결고리가 나에겐 약물이었다. 과거에는 단순히 단약하자.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였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의 기억을 잘 다루어야 진정으로 회복을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단약만으로, 생각만으로는 회복이 이루질 수 없다. 좋은 습관과 좋은 경험이 꼭 필요하다. 항상 겨울은 온다. 그렇지만 똑같은 겨울이라도 상황을 다룰 수 있는 것은 내 자신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구보를 하는 것처럼 나는 단순한 생각만이 아닌 새로운 학습과 경험을 한다. 이것이 모든 것의 근본이 된다고 믿는다.



 위에 본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회복은 단약을 해야 그제부터가 시작이다. 현실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을 통해서 회피했던 진실들,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다시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온전한 삶, 행복한 인생을 꿈꾸는 의존자들의 모습에는 오히려 깊은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의존자들을 돕는 의사와 치료사, 봉사자들은 어디에서도 얻지 못하는 큰 교훈을 받는다.

 삶의 밑바닥, 가장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중독은 어찌 보면 의존자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삶’을 일깨워 주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한 인간이 고통의 길에서 벗어나 온전한 영혼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만큼 더한 드라마가 우리 인생에 있을까? 지금도 삶의 현장에서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모든 의존자 분들에게 격려와 지지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중독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ARBN 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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