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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칼럼]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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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호 댓글 0건 조회 1,484회 작성일 15-04-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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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어 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중독자들의 문제를 편견 없이 수용해주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바라보고 있는 중독자들에 대한 관점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래서 많은 중독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이것을 꼭꼭 숨긴 채 가면을 쓰면서 살아간다. 내면에는 엄청난 고통을 간직한 채 말이다.



 예를 들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게임 중독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대개 사람들은 게임을 중독적으로 하는 행위만을 보고 그들을 판단한다. 중요한 젊은 시절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게임에 매달려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하기 보다는 인생의 낙오자로 그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게임 중독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자신이 인생의 패배자인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 사람들 또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수용해 주기 보다는 훈계하고 비방하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더 고립 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게임에 다시 빠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패턴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중독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중독자들을 수용해주며 그들과 힘든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은 중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문제들을 직면하고 회복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 그리고 기나긴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 줄 수 있다.



 헬렌켈러는 미국의 작가, 교육자 그리고 사회 운동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에 있다. 헬렌켈러는 생후 19개월이 되었을 때 큰 병에 걸리게 되고 이 때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고 말았다. 그 이후에 그녀는 간단한 수화만 사용이 가능할 뿐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의사소통이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녀를 가르치기 위해 왔던 사람들은 짐승과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 떠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떠나지 않고 함께 해준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앤 설리번 선생님이다. 헬렌켈러의 집에 앤 설리번 선생님이 처음 도착하던 날, 그 짐승 같은 상태의 헬렌켈러를 앤 설리번 선생님은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헌신의 노력으로 헬렌켈러를 가르칠 수 있었다. 어느 날 헬렌켈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었을 때 앤 설리번 선생님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헬렌켈러는 “선생님이 오시던 날 나를 꼭 안아 주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앤 설리번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이 다 마다한 헬렌켈러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으로 꼭 껴안아 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앤 설리번 선생님 자신 역시 심각한 망막 질환으로 실명 직전까지 갈 정도로 큰 아픔과 고통의 과정을 겪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고통을 잘 알기에 헬렌켈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헬렌켈러를 사랑으로 안아줄 수 있었다. 헬렌켈러가 절망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그 고통을 겪고 일어선 앤 설리번 선생님이 그녀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 저자 이재철, 홍성사)



 많은 중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섣불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홀로 중독과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이 중독행위를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고 진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선 그 공동체는 먼저 중독으로부터 회복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또 회복된 누군가로 구성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만이 회복을 위해서 힘들게 용기를 내어 공동체를 찾아와준 중독자들을 진심으로 이해해 줄 수 있고 사랑으로 위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중독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중독자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무척 낮아서 중독이 재발할 경우 행위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심각하게 자신을 공격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시 회복의 과정으로 돌아오는데 너무나 많은 방황의 시간을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면서 위로로 감싸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친밀함이 형성이 되고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랑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독자들은 고통과 아픔을 함께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모임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되고 중독행위를 하게끔 만드는 자신의 진짜 문제와 감정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위로가 받고 싶을 땐 헬렌켈러처럼 따스한 사랑을 받고, 때로는 고통 받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는 앤 설리번 선생님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이런 공동체가 진정으로 중독자들의 회복을 위한 공동체이며 이런 공동체가 더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지금 어디에선가 중독으로 인해 홀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괜찮습니다. 더 이상 당신을 공격하지 마세요. 많이 아프잖아요. 용기를 조금만 내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온전한 사랑을 느끼며 회복의 여정을 함께 하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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