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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칼럼] 간절함과 겸손함은 회복의 열매를 맺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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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호 댓글 0건 조회 1,601회 작성일 15-03-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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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과 겸손함은 회복의 열매를 맺게 한다.>

 ‘예수께서 가실 때에 무리가 밀려들더라 이에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는 중에 아무에게도 고침을 받지 못하던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그의 옷 가에 손을 대니 혈루증이 즉시 그쳤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게 손을 댄 자가 누구냐 하시니 다 아니라 할 때에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무리가 밀려들어 미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게 손을 댄 자가 있도다 이는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앎이로다 하신대 여자가 스스로 숨기지 못할 줄 알고 떨며 나아와 엎드리어 그 손 댄 이유와 곧 나은 것을 모든 사람 앞에서 말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더라.’                             
                                                                                                               
                                                                                                                  -누가복음 8장 42~48절-



 위에 글은 신약 성경에 나오는 복음서의 한 구절이다. 오랜 시간 동안 혈루증으로 고통 받은 한 여인이 예수라는 메시아를 통해서 병을 치유 받아 평안을 얻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부분을 신을 향한 믿음을 통해서 기적적인 치유를 받았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자신의 병으로부터 회복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이다. 그리고 이 자세는 중독회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독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위의 성경구절을 보면 혈루증으로 고통 받아 온 여인의 삶을 대략 유추해 볼 수 있다. 12년을 병으로 고통 받았고 많은 의사들을 만나 병 고침을 위해 많은 수고를 했지만 그 누구도 이 여인을 치유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좌절과 아픔 속에서 살아온 삶이라면 자신의 병에 대해 충분히 포기할 법하다. 하지만 이 여인은 포기하지 않았고 힘겨운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병으로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메시아가 자신의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여인 역시 병 고침을 받기 위해 그 메시아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인파가 메시아에게로 몰려드는 바람에 그 곳은 인산인해가 되어버렸고 여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멀리서 메시아를 바라만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인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굽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결국에는 메시아의 옷자락을 만지고 병 고침을 받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독의 문제로 인해서 치료시설 혹은 회복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회복되어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아갔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중독자들이 회복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재발이 되는가 하면 중도에 포기하여 모습을 감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와는 다르게 힘겨운 과정 속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회복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중독자들도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삶 가운데 최우선 순위가 바로 ‘중독으로 부터의 회복’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회복에 대한 열정이 있는 중독자들이 중독으로 부터의 해방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을 때에는 벅찬 기대와 부푼 희망을 품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대도 잠시 뿐,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 중독행위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온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자신만의 잘못된 생각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내려 치료시설이나 모임을 떠나는 중독자들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포장한 채 중독으로부터 회복된 척을 하며 살아가게 되지만 대부분 다시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간절함’을 붙들고 있는 중독자들은 다르다. 회복의 과정 초기에는 대부분 몇 번의 반복적인 재발을 경험하게 이 때 이에 반응하는 중독자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회복에 대한 간절함과 갈망함이 있는 이들은 괴롭지만 재발 역시도 치유의 과정이라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힘겨운 순간 회복의 현장을 떠나지 않고 치료진과 회복모임의 멘토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며 견디어낸다. 회복을 향한 긍정적인 자세와 간절함은 치유를 원하는 소망이 같을지언정 그 깊이는 확연히 다르다. 긍정적인 자세는 추상적이거나 혹은 막연하기만 하다. 하지만 간절함이나 갈망함은 무엇을 해야겠다, 해내야만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리고 그 목적만을 위해서 그저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낸다.

 그래서 간절함이 있는 이들에게는 ‘겸손함’이 있다.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무력감을 받아들이고 회복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것을 과감히 내려놓고 겸손하며 낮은 자세로 치료진과 회복모임 통한 관계 속에서 회복을 해 나아가겠다는 결단이기도 하다.

 회복의 과정은 그저 적당히 노력하며 취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 환경의 유혹과 힘겨운 싸움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혈루증으로 고통 받은 여인을 보라. 12년을 고통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회복에 대한 간절함과 갈망함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인파를 헤쳐 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는 겸손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독으로부터 회복되기를 원하는 중독자는 이 여인의 이야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회복의 과정 중에 무엇보다 자신을 감찰해야 하는데 이것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닌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에 갇히지 않을 수 있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하루하루를 온전히 회복에 대한 갈망함과 간절함으로 살아내야 한다. 즉 이런 태도, 겸손함과 간절함으로 무장되어야만 중독자는 수많은 유혹과 좌절 속에서도 한발 한발 회복의 빛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국에는 자신을 망치는 중독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릴 수 있다.


ARBN 기자 : 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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