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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고치기 전에 마음을 먼저 고쳐야 한다 - 성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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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0-11-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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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픽사베이




지난 2006년에 개봉했던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있다.
배우 김아중과 주진모가 열연하며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되는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기 가수 아미를 대신해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는 몸무게 95kg의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다.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음반 프로듀서 한상준을 남몰래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 속 로망일 뿐이다. 매번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상처 받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그녀는 목숨을 건 성형수술을 감행해 미녀가 될 것을 결심한다. 기적 같은 수술 성공으로 48㎏의 절세미녀로 재탄생한 그녀는 이름을 제니로 바꾸고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런데 뭇 남성의 환호를 받으며 성공을 거머쥔 제니는 행복했을까?
자존감이 최고조에 달했을까?
그렇지 않다. 미녀가 된 제니 앞에 꽃길만 펼쳐진 게 아니었다.
한나로 산 시절 맺었던 인간관계가 모두 헝클어졌으며, 자신의 과거가 탄로 날까 봐 매 순간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멋지고 화려한 겉모습이 행복과 자존감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성형 중독(Cosmetic Surgery Addiction)이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외모에 늘 불만을 품고 성형수술을 거듭하며 의존하지만, 자족이나 만족을 모르는 병적인 상태를 일컫는다. 이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후유증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이만하면 됐다는 목표 지점이 없거나 수시로 바뀌는 까닭에 스스로 자학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성형 중독에까지 이르는 정신 장애를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외모에 별 결점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리 크지 않은 사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질병이다. 많은 경우 신체이형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외모를 고치기 위해 성형수술에 중독되기 쉽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병원에서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더 잘한다는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지만, 궁극적인 만족감은 얻기 어렵다.

한편 기분장애의 유병률도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약 44%의 환자가 우울장애 혹은 불안장애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두 질환 모두 자존감 저하나 낮은 신체 이미지 만족감과 연관이 있다. 적절한 공감을 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타인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는 연극성 인격장애와 같은 몇몇 인격장애들도 성형수술을 추구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예쁜데도 자꾸만 쌍꺼풀 수술이나 눈을 커 보이게 만드는 수술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코가 퍽 잘생겼음에도 더 오뚝하게 세우려는 사람도 있으며, 턱선이 갸름한데도 각이 졌다면서 계속 깎으려 애쓰는 사람도 있다. 괜찮다고, 예쁘다고 아무리 말해 봐야 곧이들으려 하질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가 신체이형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땅에 떨어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아름답고 멋진 얼굴을 갖게 되면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을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는 것과 자기 내면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자존감을 살리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목적이 뒤바뀐 거라는 이야기다. 눈이 좀 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술한다면 눈이 커지는 데 만족해야지 눈이 커짐으로써 자존감이 높아지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눈이 작아서 고민하던 사람이 눈이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자존감이 높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눈이 커졌는데도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다시 코, 입 등 다른 부위의 수술을 하려고 든다는 말이다. 자존감은 마음의 문제이고, 성형수술은 외모의 문제이다. 외형을 바꿈으로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그것은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효과일 뿐이다. 외모에 대한 불만족의 정도는 성형수술을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이러한 수술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성형 중독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지구 위에 살아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 중 나와 똑같은 외모와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는 나로서만이 최고의 존재 가치를 지닌다. 성형 중독에 빠져 자신을 끝없이 뜯어고치려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자기 파괴다. 고유한 나의 외모와 내면을 온전히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것이야말로 자존감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이다. 외모에 불만을 품고 걱정하며 자책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면 잘못된 집착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가정적 고통과 손상만 초래할 뿐이다. 나는 나일 때 비로소 아름답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소개된 영상이 화제가 된 적 있다. 영상 속 한 소녀가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영국 브래드포드에 사는 올해 열여섯 살의 알리마 알리다. 또래 친구들처럼 메이크업 재미에 푹 빠져있는 알리는 4년 전 얼굴을 포함해 전신 절반에 3도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학교 기숙사에 있다 집에 온 알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머릿니를 발견했다. 알리는 이를 없애기 위해 이 제거용 샴푸를 머리에 발랐다. 5분 정도 후 머리를 헹궈야 했던 알리는 기다리는 동안 집안일을 돕고 싶었다. 엄마가 요리하는 사이 알리는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부엌으로 갔다. 알리가 가스레인지 옆을 지나는 순간 알리의 머리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샴푸에 강력한 가연성 물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불길은 알리의 얼굴과 몸 전체로 번졌다. 알리는 화상을 입은 10여 분 뒤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알리는 두 달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얼굴과 머리 등 절반이 넘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손가락 7개를 잃었고, 남은 손가락 3개 중 2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알리는 수년간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치며 피부 이식 등 수백 번의 수술을 받았다. 현재도 화상 상처가 부풀어 오르지 않게 압박 의복을 입고, 약물치료도 받고 있다.

불행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진 것 같았던 알리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병원에서 다시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던 알리의 머리카락이 하나둘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풍성한 모발을 갖게 된 것이다. 알리는 그것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 메이크업하는 광경을 영상으로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했다. 알리가 올린 동영상 앱 틱톡의 팔로워는 약 25만 명에 이르고, 메이크업 영상은 조회 수 1,640만 회를 기록했다. 알리는 해맑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화상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내면적으로 저는 완전히 괜찮아요.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감과 자기애와 용기를 갖게 됐어요.”

알리의 말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자존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행복은 내 얼굴이나 외모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도.


 중국 고대 사상가인 노자(老子)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겉모양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알고들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그에 따르면 아름다움과 추함은 모두 상대적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란 없다.
무엇이 아름답다 추하다 느끼는 것은 순전히 주관적 판단이다.


그의 제자인 장자(莊子) 역시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을 지키면 천하에서 아무도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을 것이다
  (樸素而天下 莫能與之爭美).”

수천 년 전 성현의 말씀이 이토록 가슴에 진하게 와 닿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출처 :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2257
언론 : 정신의학신문  기자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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