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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끊기 힘든 마약… 재활 공동체가 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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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작성일20-06-27 14:41 조회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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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꺼내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방 한 켠. 약물 중독 경험자 10명이 테이블에 둘러 앉자, 김태영(가명)씨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어린 시절 동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김씨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해 34년을 빠져 살았다. 그 중 28년은 교도소에서 보냈다. 김씨는 “정신과 육체가 망가졌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보고 싶다. 사람답게 살다가 죽고 싶다”며 단약(斷藥) 의지를 드러냈다. '약물을 멀리하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한다는 김씨는 진심을 전하려는 듯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단약은 김씨에게 절박한 과제였다. 

마약에 빠진 이들, 동고동락 회복 의지 다져
김씨를 비롯해 약물 중독자들이 모인 이곳은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인 경기도 다르크(DARCㆍ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함께 먹고 자며 회복을 꿈꾸는 공간이다. 다르크는 1985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설립됐으며, 국내에는 서울(목동 소재)과 경기도 2곳에 있다. 경기도 다르크는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이곳에선 성인 남성 10명이 정원이 딸린 2층짜리 임대 단독주택(월세 90만원)에서 같이 숙식하며 중독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문을 두드린 경우도 있지만, 가족들 권유로 들어온 경우도 있다. 대부분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봤지만, 결국 약을 끊지 못한 사람들이다. 거실로 들어서자 ‘생활 철학’이라고 적힌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정직하겠습니다’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배려하며 사랑하겠습니다’와 같은 다짐이었다. 약물 중독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전인격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는 다르크 목표를 다지기 위한 문구였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인 임상현 목사는 “약물 중독자들은 중독 외에 도덕적 관점에서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며 “남들 일할 때 일하지 않거나,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는다면, 이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생활하면서 일과표에 적힌 시간을 준수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작은 규칙을 지키다보면 조금씩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날도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입소자들이 분주해졌다. 입소자들은 ‘다르크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주방 옆에 위치한 방으로 모였다. 매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다르크 미팅은 몇 가지 주제를 정하고,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소자들은 이날 약물 중독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망가뜨렸는지, 이곳에서의 생활로 약물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단약 의지를 피력했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이상민(가명)씨는 “약물 중독의 끝은 정신병원, 교도소, 그리고 죽음”이라며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약도 끊고 운동을 통해 건강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대화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들은 항상 ‘중독자 누구’라고 밝혔다.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게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독 경험자들은 약물 사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데, 이를 믿는 순간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20년간 마약 중독자로 살아 왔다는 김상철(가명)씨는 “스스로 통제하며 잘 사용할 수 있다고 오판한 결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약물을 성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자신을 속이는 일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구든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입소자들은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호응했다.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는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었다. 


지난 5일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가 있는 경기 남양주 소재 단독주택 거실에 입소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수칙이 걸려 있다. 다르크는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선 전인격적인 변화 역시 중요하다고 보고, 정직 배려 등의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남양주=배우한 기자


일과표 따라 단체생활…“혼자서는 힘든 싸움이라”
다르크는 혼자만의 의지로는 하기 힘든 단약의 과정을 단체생활을 통해 이뤄가는 곳이다. 약물을 끊으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약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나도 잘 넘기게 되고, 그런 과정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 참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생활하게 된다.

다르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과 시간표를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약물에 대한 갈망이 생길 틈을 조금도 주지 않기 위한 인위적인 조치다. 기상, 식사, 청소, 운동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오후에는 장애인 봉사, 심리 상담 등 요일별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필로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7개월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선호(가명)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집에 2주 정도 있었을 때에는 약물 생각이 많이 나서 정말 힘들었다”며 “다르크 센터에 오니 일정을 따라가기 바빠서 약물에 대한 갈망이 자연스레 줄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청소 시간엔 열심히 청소하고, 휴식 시간엔 다음날 다르크 미팅에서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다 보면, 약물 생각 없이 일상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 상담을 통해 중독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과정도 있다. 임상현 센터장은 "중독자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아버지가 너무 권위적이어서 탈선하는 등 가족 문제로 상처 받은 경우가 많다"며 "왜 중독에 빠지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 가족들과 공유해 해결해 보려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이 지난 5일 경기 남양주 소재 '경기도 다르크'에서 마약 중독자 치료를 위한 사회 복귀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유혹이 왔을 때 참을 수 있으려면 일정 기간 단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양주=배우한 기자


회복을 경험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약물 중독자들의 단약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임상현 센터장은 그런 의미에서 ‘맏형’이기도 하다. 한때 필로폰 중독자였던 임 센터장은 11년째 단약 중이다. 그는 “단약 기간이 길어지고 3년 정도 넘어가면 안정기로 본다. 하지만 완전히 마약을 끊은 게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이겨낼 힘을 기를 때까지 주위에서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건 아니다. 올 초 50대 남성은 마약을 끊는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다가 센터에서 제재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두 달 만에 퇴소하기도 했다. 

다르크는 현재 정부 지원 없이 개인 후원과 입소자들이 내는 돈(월 35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재정문제 해결과 직업재활 차원에서 임 센터장은 세차장을 만드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 단약을 해도 일자리가 없으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회복돼도 돌아갈 일터가 없는 분들이 적지 않죠. 이런 분들이 일을 통해서 만족감도 얻고, 더 나은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문가들은 중독자들이 다르크와 같은 치유센터의 도움을 받길 권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해 발간한 '마약류 남용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는 "실질적 사회 중심축인 30~50대가 마약류 사범의 82%를 차지하는 현실을 볼 때 그들의 치료와 재활을 통한 '사회 구성원으로의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자들이 왜 중독됐는지, 중독됐음에도 왜 중독자가 아니라고 부정하는지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양주=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출처]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006191440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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