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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탐방기] 빅토리 공동체 : 중독, 그 회복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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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BN 댓글 0건 조회 2,218회 작성일 14-02-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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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N 탐방기]

빅토리 공동체 : 중독, 그 회복에 대하여 …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차가운 겨울바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봄의 따스함이 바람을 타고 지쳤던 우리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중독의 아픔은 중독자들에게 겨울바람처럼 온 몸과 뼈 속까지 스며들어 삶에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홀로 그 차가움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하나 둘 모여서 함께 마음을 나누고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빅토리 치유 공동체를 찾아가 보았다.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25명가량의 중독자와 그 가족들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모였을까?

  종로 3가 창덕궁 앞에 자리 잡은 빅토리 홀은 지하의 작은 소규모 공연장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작고 따스한 조명들이 자신의 아픔을 나누는 자리에 나와 있는 한사람, 한사람을 비추이고 있었다.

‖ 치유 … 그 작은 발걸음

“우리는 이 모임에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동안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모든 생각과 신념들을 이 모임에서 내려놓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완전하지 않으며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빅토리 공동체에서는 찬양시간을 가진 후,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자기 성장의 결단을 선포하는 것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인사말과 함께 한 명 한 명 자원하는 사람들이 나와 자신의 아픔과 한주 간 힘들었던 감정들을 나눈다. 이들의 나눔은 깊이가 있고 파격적일 만큼 솔직하며 어디에서나 들을 수 없는 속 깊은 아픔과 고통의 이야기들이다. 스스럼없이 속 얘기를 꺼내고 그것을 경청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님을 믿어!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며 우리 또한 당신을 사랑해요”

  나눔이 끝날 때 마다 이어지는 박수와 지지의 표현은 나누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큰 힘을 주는 듯 했다. 1시간여의 나눔 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는 ‘당신이 있어 기쁩니다.’ 시간, 이 시간에는 동성끼리는 포옹을, 이성끼리 악수를 하면서 서로 격려와 위로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그냥 일상적인 인사가 아닌 진심으로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눈물짓는 멤버들을 보며 ‘함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간단하게 서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진 ‘포기합니다’ 시간 또한 인상 깊었다. 자신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생각이나 신념을 문구로 만들어 선포한 후 뒤로 넘어지는 의식을 치루는 프로그램이다. 포기하지 못해서 괴로운 우리의 삶 … 우리를 괴롭게 하는 신념을 언어로, 몸으로 포기하면서 이들은 자유함을 얻는다.

“나는 내가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포기합니다.”
“나는 내가 잘못하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합니다.”
“나는 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포기합니다.” 

  모임에 온 한 명 한 명이 포기선언을 외친 후 뒤로 넘어질 때마다 우레와 같은 격려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진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이 공동체 안에 있는 커다란 힘이 느껴졌다.

  이 모임은 서로를 ‘지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상처받은 원가족이 아닌 제2의 가족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체’란 아무런 조건이나 판단 없이 서로를 용납하고 지지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그들의 고백 …

우리는 나의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몇 분의 지체님들을 만나며 빅토리 회복공동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Q. 이곳에 나오신 이유가 있다면?

“처음에는 내가 정말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그렇게 믿어본 적이 없어서 ‘사랑합니다.’ 그 말들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거부감도 들고요. 그런데 제가 많이 절박했기 때문에 한주, 두주 나오는 가운데 그게 믿어지더라구요.”┃한사람님(예명)

“처음엔 여기 나와 앉아 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따뜻한 분위기가 나한테 익숙하지 않았고 사람들 속에서 물 속 기름같이 느껴져서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곳에 나오고 있었던 이모와 언니의 권유가 있었어요. 여기 나오기만 해도, 앉아 있기만 해도 관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단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야겠다.”┃혜원님

Q. 상처받고 힘든 마음으로 빅토리 공동체를 노크했던 한사람님과 혜원님 … 이들은 이 모임을 통해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매주 반복하는 포기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기쁩니다. 작은 변화의 결단 같은 지속적으로 매주 조금씩 되어지는 것들을 통해서 작은 게 모여서 큰 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신념들이 매주 반복하다 보니까 정말 포기하게 되고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했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저를 변화시키는 거 같아요.”┃한사람님

“비나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있었어요. 사람을 믿게 됐고 진심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나도 진심을 줄 수 있게 된 거 같아요.”┃혜원님

Q.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이들 … 이들을 아프게 했던 본질적인 중독문제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공동체에 나오고 상담을 받으면서도 당연히 넘어졌어요. 하지만 이전에 넘어질 때는 엄청난 자기 비하와 공포감, 우울감, 불안감 내가 쓸데없다는 느낌들이 있었는데 공동체에서 수용 받고 사랑받으면서 조금 더 빨리 일어났던 것 같고 이전에 일주일을 헤맸다면 이제는 넘어져도 빨리 돌이킬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지금도 하루하루 공동체에서 힘든 감정을 나누면서 나 혼자서는 무력하니까 수없이 혼자 해결해보려고 했던 문젠데 불가능했거든요. 하루하루 지지와 격려와 기도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중요하고 또 내일은 또 내일의 선택의 순간들이 있겠죠.”┃한사람님

Q. 이 공동체에는 알코올 중독, 도박중독, 성 중독, 마약중독, 관계중독 등 다양한 중독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무기력함 등으로 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체들이 한데 모여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 마음을 나누는 그 특별한 힘은 무엇일까?
 
“제 생각에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인거 같아요. 정말 중독자들에게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과정들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 가운데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라든지 관심이라든지 그런 게 꼭 순간순간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거든요. 그것을 이 공동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빈센트님(예명)
 
 “한결같은 거. 언제나 한결같은 거예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니까 어디나 다 잘 대해주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와도 늘 똑같이 대해요. 거기서 진짜구나 생각했고 내가 정말 수치스러운 부분을 드러냈을 때도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는다는 게 처음으로 느껴졌어요. 누군가 아무 판단 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구나.”┃혜원님

  이곳엔 중독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중독으로 고통 받는 분들도 함께 한다. 정인숙(여.48)님은 이 모임에 참여한지 7년 정도 된 그야말로 원년 멤버이다.

 “남편이 도박중독자인데 빅토리에 나오면서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먼저 변화되면 남편도 변화된다는 것, 그래서 저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하는데 주력하면서 동시에 남편의 중독 배경에는 남편의 아픔과 상처가 또한 많다는 것을 알고 도움이 되고자 노력 했어요. 저의 아픔을 드러내면서부터 조금씩 자유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는 남편이 없어도 살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남편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을 한 5년 정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내 안에 힘이 생겼고 자신감이 생기고 그래서 단호한 자세로 남편을 대하고 있습니다.”┃정인숙님

Q. 이 공동체를 통해 회복과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지체님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 회복을 해 나가면서 빅토리 공동체에서 계속 아픔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고, 저 자신이 먼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면서 저도 목사님 같은 역할로 기도와 후원자가 되고 싶습니다.”┃정인숙님

“진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나를 믿게 되고 나를 통해서 하나님이 하실 거라는 걸 아니까 두렵지 않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확신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혜원님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삶고 싶습니다.”┃빈센트님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보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홀로 이 과정을 견뎌내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혼자 회복을 하게 되면 자기만의 신념이나 경험에 갇히기 때문에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 고통 또한 엄청나게 크거든요. 저는 중독행위를 병으로 생각한지 7년이 됐는데 6년 정도 홀로 이겨 보려고 했는데 진전도 없었고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빈센트님

“자원하는 마음으로, 모든 시스템이 자원하는 시스템이므로 마음을 열고 내가 치료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참석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꾸준히 참석하시면서 힘이 생기고 가속도가 붙는 것 같습니다.”┃정인숙님

‖인터뷰


빅토리 회복 공동체 김형근 목사
2008년 9월 빅토리 공동체를 시작한 김형근 목사는 중독자들과 그 가정의 회복을 돕고 있는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소장이다.

Q. 치유공동체의 시작?
2008년 기도모임이 4~5명으로 시작됐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되었죠.

Q. 중독자들에게 회복이란?
중독행위를 끊는 건 아주 기초적인 회복이구요. 성숙하 고 성장해 나가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회복의 기준이 되는 거죠. 한번에 딱 끊어지지 않는 게 중독이예요. 애기가 자랄 때 한 번에 잘 뛰어가는게 아니라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가 일어나면서 점점 잘 걷게 되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 중독도 좌절해 가면서 점점 회복 되어나가는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치유공동체 프로그램에 종교적 색체가 들어있는데 …
회복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겸손이에요. 겸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자가 있어야 되요. 신이라는 절대자를 수용할 수 있을 때 회복의 견고성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내가 신 앞에서 무릎 꿇고 신 앞에서 바라고 의지하고 태도를 갖는 것은 분명히 필요해요. 이런 태도를 갖지 않으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종교성의 색채들이 있긴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Q. 공동체에 함께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독자의 특성들을 보자면 빨리 결단해요. 급하게, 급하게 결단하지 말고 차분히. 내가 당장 나왔을 때 보는 것은 단면이거든요. 경험하는 것도 내 안의 틀에서 잠깐 동안 경험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통합적으로 이 공동체를 경험해보려면 적어도 1년은 있어봐야겠죠.

Q. 빅토리 치유공동체의 힘이라면?
여기 모여 있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수용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어떤 서로가 합의된 기운들이 있어요. 여기 있다 보면 그런 느낌들을 받을 수 있게 되죠.

  중독은 힘들고 무거운 삶의 무게로 다가오지만, 빅토리 공동체 안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통하여 축복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서로서로가 진심으로 나누고 공감하며 하루하루를 공동체와 신의 손길에 자신을 맡기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고백에서 삶에 대한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
  중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겐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중독이 아프고 힘겨운 건 사실이지만 함께 그것을 나누며 걷는 빅토리지체님들에게서 회복의 희망을 본다. 왜냐하면 순간순간 이들은 사랑 안에서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VICTORY!!!

글·사진 | 정미경
편집 |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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